"여기 사두면 오른다"..외지인들, 1억 이하 주택 '싹쓸이'

안혜원 입력 2020. 12. 8. 14:28 수정 2020. 12. 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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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창원·천안 등 지방 대도시
풍선효과에 '또' 규제 검토중
투자자들은 이미 새로운 투자처 물색 중
김해·마산·포항 등
전문가들 "어설픈 핀셋규제가
투자 시그널만 주는 셈"
경기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에 추가된 후 파주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 파주 운정신도시 3지구. /한경DB

정부가 집값이 과열된 경기 김포 부산 5개구 대구 수성구 등을 규제지역으로 발표했지만 집값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변지역인 울산 창원 등에서 풍선효과가 번지고 있다. 정부는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또 다른 규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수요자들은 다음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두더지 잡기식'의 어설픈 핀셋규제가 오히려 정부가 손대는 곳마다 집값이 오른다는 시그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창원·천안 규제지역 검토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지방의 비규제지역에서 풍선효과로 집값 과열 현상이 빚어지는 곳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과 경남 창원 충남 천안 등이 추가 규제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해보면 비규제지역 중 최근 3개월간 울산 창원 천안 등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두드러지는 양상이 나타난다”며 “국토교통부가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외지인 거래 현황 등을 분석하면서 조정대상지역 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달 부산 해운대와 경기 김포 등지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으면서 미지정된 나머지 지역에 대해 과열이 계속되면 추가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최근 규제지역의 옆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울산은 최근 3개월새 아파트값이 2.32% 올랐다. 남구가 4.64% 상승해 집값이 많이 뛴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 남구의 최근 1년간 상승률은 10.05%에 달한다. 창원은 성산구가 3개월간 4.38% 올랐다. 성산구는 최근 1년간 11.60% 뛰었다. 의창구는 3개월간 2.77%, 최근 1년간은 8.32% 상승했다.

충청권인 천안의 경우 서북구가 3개월간 2.79%, 1년간 7.10% 상승했고 계룡은 3개월 상승률은 1.80%이지만 1년 상승률은 9.59%에 달했다. 특히 계룡시 아파트에선 8월 거래건수가 80건으로 많지 않지만, 이 가운데 외지인 거래가 32건으로 47.5%에 달했고, 9월 40.0%, 10월 32.7%로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김해·포항 등 풍선효과 나타날 것…외지인 몰려드는 중

울산 경남 창원 충남 천안 등이 추가 규제지역에 포함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자 투자자들은 이미 다음 투자처를 찾고 있다. '규제→풍선효과→규제→풍선효과'가 무한 반복되는 셈이다. 김해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의창·성산구에 투자를 했던 외지인들이 최근엔 마산이나 진해, 김해 부동산을 둘러보고 있다고 한다”며 “창원 일부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면 주변에서 또 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외지인 투자자들은 마산 회원구에서 분양권이나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을 매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김해에서도 연일 최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경남 김해시 장유동 ‘원메이저 자이’ 전용 74㎡는 지난달 말 처음으로 매맷값이 4억원을 넘어서며 신고가를 찍었다. 지난해 9월 2억원대 중후반에 거래가 된 점을 감안하면 1년3개월새에 1억원 넘게 매매가가 올랐다. 인근 ‘율하 자이힐스테이트’ 전용 84㎡도 4억5000만원에 거래돼 역대 가장 비싼 가격에 팔렸다.

최근 조정대상지역에 재지정된 부산 수영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울산으로 들어갔던 투자자들은 경북 포항으로 몰려드는 중이다. 포항시 남구 대잠동 자이 전용 84㎡는 최근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전달 거래된 같은 면적 4억7500만원보다 7500만원 올랐다.

수도권에선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 아파트가 쏟아졌다.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규제 발표 하루 전 8억45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도 8억65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인 9일 7억9000만원에서 일주일도 안 돼 7500만원이나 올랐다. 
 

 시장에선 '정부가 손대면 집값 오른다' 공식 나돌아

정부가 규제를 하면 규제에 벗어나 있는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 지속되는 일이 어김없이 되풀이되면서 시장에선 ‘정부가 손대면 집값이 오른다’는 공식이 회자되고 있다. 주요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이 증세 없이 세수를 늘리기 위한 계획이라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풍선효과 부작용을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두더지 잡기식 규제를 고수하니 답답하다”며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르면 세 부담을 늘리는 조치에 들어가는 건 결국 세 수입을 늘리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른 회원도 “결국 증세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뒷북 규제지역 지정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부작용만 더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풍선효과에 익숙해진 시장은 이제 정부 규제지역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투기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 대책들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중장기적으로는 반대효과가 날 수 밖에 없다. 재건축을 억제하는 등 반시장적 정책보다는 수요가 많은 지역에 공급을 늘리는 등의 장기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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